[조선일보]술 한모금 안마셨는데 “음주운전이지?”…보닛 올라타고 막아선 청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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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일부 유튜버의 ‘사적제재’가 논란을 빚고 있는 가운데 음주운전이 의심된다며 무고한 시민의 길을 막고 차량 보닛 위에 올라탄 청년들의 모습이 공개됐다.
25일 유튜브 채널 ‘한문철TV’에 공개된 영상에 따르면 최근 20대로 추정되는 젊은 남성 2명은 차를 타고 귀가하려던 40대 부부의 차를 막아 세웠다.
당시 이 부부는 유흥가에 위치한 노래방에 갔다가 집에 가는 길이었다. 운전자인 남편은 술을 마시지 않았고 조수석에 탄 아내만 술을 마신 상태였다. 이들 부부는 “술을 마신 것 아니냐”고 묻는 남성들에게 “술을 마시지 않았다”고 답한 뒤 출발했다.
차를 몰고 약 1㎞ 가량 이동한 무렵 택시가 이들 차량 앞을 가로막았다. 택시에선 앞서 음주 여부를 물었던 남성들이 내렸다. 이들 남성은 음주운전이 의심된다며 차 앞을 가로막고 경찰에 신고했다.
이 과정에서 이들은 스마트폰으로 부부를 촬영하거나 손가락 브이를 그리는 모습도 보였다. 그러다 “나 맞았네? 맞은 거는 여기 블랙박스에 바로 찍혔네”라며 부부가 자신들을 폭행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두 남성이 비켜주지 않자 부부는 후진으로 차를 빼 빠져나가려 했다. 그러자 일행 중 한명이 후진하는 차량으로 다가오더니 급기야 보닛 위에 매달리기까지 했다. 그 사이 다른 한명은 “사람을 치려고 하고 도망가려 한다. 폭행도 하고 상태가 말이 아니다”며 경찰에 신고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음주 측정 후 부부의 무혐의를 확인했고, 신고한 남성들을 훈계했다.
경찰은 “당신 행동을 생각해보라. 멀쩡한 차 가는데 차에 올라타면 되는지”라며 “의심 차량이라고 차 위에 올라타고 가지도 못하게 (하는 게) 정상적인 행동이냐”고 했다.
부부는 두 남성을 무고죄로 고소할 수 있는지 여부를 물었다.
한 변호사는 이들 남성의 행동에 대해 “보험사기 내지는 공갈을 시도한 것 같다”고 해석했다. 그러면서 “음주운전 의심으로 신고한 것은 무고라고 할 수 없다”면서도 “손도 안댔는데 본인들이 맞았다고 주장하는 내용이 확보되면 무고죄 가능하다. 감시카메라(CCTV)를 확인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네티즌들은 “음주운전자 잡아서 몇번 돈 뜯어내본 솜씨다” “경찰 발언 속시원하다. 강력하게 처벌해야 두번 다시 저런 짓 못할 거다” “사적제재 유행의 부작용이다. 정의로운척 상대방 약점 잡아서 돈 벌려고 했나보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최근 온라인커뮤니티와 소셜미디어(SNS) 등에 제보성 영상 공유가 흔해지면서 ‘사적제재’ 콘텐츠가 인기를 얻고 있다. 주로 특정 사건 가해자의 신상을 공개하거나 물리력을 행사해 경찰 대신 ‘벌’을 내리는 방식이다. ‘정의구현’을 표방하고 있으나 대부분 자극적인 영상으로 조회수를 올려주는 돈벌이 수단이 된다.
지난 22일에는 광주에서 음주운전 추적 유튜버를 피해 달아나던 30대 운전자가 1.9㎞ 추격전을 벌인 끝에 추돌사고로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유튜브를 통해 나간 이 방송을 약 400명이 지켜봤다고 한다.
전문가들은 경찰이 아닌 민간인의 사적제재는 위법인데다 이 같은 ‘사적제재’가 또 다른 피해자를 만들 수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김자아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