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ASML發 쇼크에 또 '5만전자'…삼성전자 어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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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박정수 기자] 네덜란드 반도체 설비기업 ASML발 실적 쇼크에 삼성전자(005930)가 이틀 만에 ‘5만전자’로 내려앉았다. 반도체 업황에 대한 우려가 제기된 이후 외국인 투자자들의 투자심리(투심)가 좀처럼 회복되지 않고 있다. 특히 인공지능(AI) 반도체 산업에 대한 기대에 SK하이닉스 등이 상승세를 타는 상황에서도 삼성전자는 나 홀로 하락세를 보여왔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로 손꼽힌다. 삼성전자의 산업 경쟁력이 약화했다는 분석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외국인 투자자들은 26거래일간 삼성전자는 11조원 넘게 순매도했지만 SK하이닉스는 5000억원 규모 순매수했다. 국내 증권가에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중 하나를 골라야 한다면 SK하이닉스가 앞선다는 분석까지 나왔다.
16일 엠피닥터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이날 전 거래일 대비 2.46%(1500원) 내린 5만 9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ASML의 3분기 순예약이 시장 전망치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고 내년 순매출 전망치가 가이던스 범위의 하위 절반에 그친 탓이 컸다. ASML의 주가는 16% 급락했고, 불안감은 다른 기술주로도 번졌다. 엔비디아는 4.69%, TSMC는 2.64% 하락했다. 이에 따라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는 전장 대비 5.28% 급락했다.
이재원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ASML 실적 쇼크에 또다시 K-반도체가 비틀대고 있다”며 “반도체 실적 악화로 대형주 위주 자금 이탈이 다시 진행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삼성전자 주가가 크게 하락하면서 국민연금이 보유한 삼성전자 주식 평가액도 10조원 넘게 증발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민연금이 5% 이상 대량 지분을 보유한 상장사의 현재 주식 평가액은 138조 2095억원으로, 2분기 말 대비 14조 3114억원 줄었다. 이 기간 삼성전자의 주가가 8만 1500원에서 5만 8900원으로 28% 하락하며 주식 평가액이 37조 3790억에서 27조 138억원으로 10조 3652억원 감소한 영향이 컸다는 평가다.
문제는 외국인 투자자의 투심이 언제 돌아설지 추측하기 쉽지 않다는 점이다. 증권가에서는 삼성전자의 실적 부진이 4분기에도 지속할 것이라며 목표주가를 줄줄이 낮추고 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사들이 제시한 삼성전자 목표주가는 지난 9월 8일만 해도 11만원 수준이었으나 9월 24일 9만 8652원으로 하락해 현재는 9만 783원이다. 8월 말 대비 18% 하향했다.
한편에서는 고대역폭메모리(HBM)가 외국인 투자자의 투심을 되돌릴 ‘열쇠’가 될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송명섭 iM증권 연구원은 “연기된 엔비디아용 8단 HBM 3E 인증의 성공적인 통과 여부는 삼성전자의 단기 주가뿐만 아니라 내년 HBM 사업 부문의 본격 성장 여부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성공 시에는 HBM 부문의 시장 점유율과 경쟁력이 개선될 가능성이 커지나 실패하면 삼성전자가 내년 HBM 판매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진단했다.
박정수([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