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오늘]'블랙리스트 논란 영진위, 재발 우려 나오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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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 때 영화계 블랙리스트 사건로 비판받던 영화진흥위원회(영진위)가 최근 또다시 '정치·사상적 이유'로 배제하는 사업을 추진해 논란이다. 과거 영진위가 정치·사상적 이유로 한강 작가의 작품을 블랙리스트로 배제했기 때문에 블랙리스트가 부활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또한 과거 블랙리스트에 가담해 징계를 받았던 박덕호 전 영진위 경영본부장이 지난 7월 영진위 사무국장에 임명되면서 블랙리스트 재발 우려가 커지고 있다.
17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양문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지난 3월27일자 영진위의 '2024년 차세대 미래관객 육성 사업 운영 용역사업 요청서'에는 "'정치적 중립소재와 특정 이념·사상을 배제한 영화 및 교육프로그램으로 구성해 진행', '신규 특강진행시 사업담당부서와 특강 프로그램 협의후 진행'" 등의 내용이 포함됐다.
양 의원은 이날 오전 질의에서 헌법 제22조 제1항 모든 국민은 학문과 예술의 자유를 가진다, 예술인권리보장법 8조2항 국가기관등 예술지원기관은 합리적 이유없이(중략) 사상·정치적 의견 등을 이유로 예술지원사업에서 특정 예술인 또는 예술단체를 우대·배제·구별하거나 불리하게 대우해선 안 된다, 국가인권위원회의 윤석열차 사건 관련 "공공기관의 다양한 공모전에서 정치적 의도 등의 심사기준으로 국민의 예술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가 위축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해야한다"는 권고 등을 거론하며 한상준 영진위원장에게 이러한 원칙에 대해 동의 여부를 물었고 한 위원장은 "동의한다"고 답했다.
양 의원은 "(헌법과 예술인권리보장법 등에) 동의하는데 버젓이 영진위가 정치적 중립 소재와 특정 이념 사상의 영화와 교육 프로그램을 배제한다고 했냐"고 물었다. 한 위원장이 "학생들에게 (영화를) 보여줄 때 우려의 목소리가 있어 해결로서"라고 답하자 양 의원은 "학생들은 헌법의 보호대상이 아니고 탈헌법적 대상이냐"며 "최소한 잘못했다는 얘기를 해야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양 의원은 박덕호 영진위 사무국장에 대해 해당 사업에 대한 입장을 물었다. 박 사무국장은 "예산 심의 과정에서 우려 사항이 있어서(넣었다)"고 하자 양 의원은 "블랙리스트 주범으로 감봉처분을 받지 않았냐"며 "이는 헌법 위배, 예술인권리보장법 위배, 인권위 권고 위배"라고 주장했다.
양 의원은 노벨문학상을 받은 한강 작품에 대한 스웨덴 한림원의 "한강의 작품은 역사적 트라우마에 맞서고 인간 삶의 연약함을 폭로하는 강렬한 시적 산문"이라는 평을 읽어주며 박 사무국장에게 동의 여부를 묻자 박 국장은 "정확하게 몰라 답변을 못드리겠다"며 주저하다 양 의원이 수차례 다그치자 "동의한다"고 답을 했다. 그러자 양 의원은 "제주도민의 4.3사건, 5.18 광주시민들의 이야기를 담담하는 과정에서 역사적 트라우마에 맞선 노벨문학상 작품에 대해 정치적 중립, 특정 이념사상을 이유로 한강 작품을 탄압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양 의원은 이날 오후 질의에서도 "이 사업은 8억3000만 원의 예산을 들여 청소년에게 영화관람 문화 조성과 영화의 사회적 가치 제고, 지역영화를 중심으로 영상문화 다변화와 활성화를 모색하는, 오래간만에 영진위 다운 사업으로 특수학교와 지역소멸 위험지역 학교 등에 2000회에 달하는 교육을 진행하는 중요한 사업인데 블랙리스트 때처럼 정치·사상 관련 조항을 넣었다"며 "노벨문학상 받은 한강 작가의 작품처럼 4.3이나 5.18에 대해 영화를 만들면 방영하지 못하고 교육하지 못하는 건 문제"라고 했다. 이어 "왜 청소년들은 정치사상에 대해 공부하고 배우면 안 되냐"고 했다.
▲ 17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발언하는 한상준 영화진흥위원회 위원장(왼쪽)과 강유정 더불어민주당 의원. 사진=MBCNEWS 갈무리
▲ 17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발언하는 한상준 영화진흥위원회 위원장(왼쪽)과 강유정 더불어민주당 의원. 사진=MBCNEWS 갈무리
관련해 강유정 민주당 의원도 한 위원장에게 "박근혜 정부 때 블랙리스트 사건으로 2018년 영진위 내부 조사 결과 박덕호 당시 경영본부장 감봉 처분 받았는데 현 영진위원장 부임 이후 사무국장으로 돌아왔다"며 "얼마나 유능한 분이길래 감봉 처분을 받았는데 다시 모셨나"라고 비판했다.
장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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