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투데이]졸혼 3년 뒤 "나 암걸렸어, 돌봐줘"…아내는 이혼 결심,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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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의 폭력성 때문에 별거하던 중 남편이 암에 걸렸다며 아내에게 부양을 요구한다면 들어줘야 할 의무가 있을까.
22일 YTN 라디오 '조인섭 변호사의 상담소'에서는 별거 3년 차에 암 투병 중인 남편으로부터 부양 요구를 받았다는 여성 A씨의 사연이 소개됐다.
A씨는 어린 시절 호주로 이민 가 대학까지 졸업했다. 이후 한국에서 외국인 신분으로 취업했고, 한국 남성과 결혼해 딸을 낳았다.
그러나 결혼 생활은 행복하지 않았다. 남편은 성관계를 강요하거나 폭력을 쓰며 난폭한 모습을 보였다. 퇴사와 이직을 반복하는 등 직장생활마저 불안정했다.
결혼한 지 5년 정도 되자 남편은 전업으로 주식 투자를 했다. 수입이 일정하지 않았던 탓에 A씨는 아이를 키우면서 일해야만 했고, A씨를 안타깝게 여긴 부모는 큰돈을 보태 집을 마련해줬다.
힘든 시간을 보내던 A씨에게 어느 날 호주 주재원으로 일할 기회가 찾아왔다. 곧바로 딸을 데리고 떠난 그는 남편과 떨어져 지내 평온하고 행복했다고 한다. 시간이 흘러 딸은 호주 대학에 입학했고, A씨는 혼자 한국으로 돌아와 남편과 1년 정도 함께 살았다.
남편과의 생활이 괴로웠던 A씨는 고민 끝에 "집을 팔아서 반반씩 나누고 졸혼하자"고 제안했다. 남편은 흔쾌히 동의했다. A씨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면서 상속한 땅은 딸에게 증여하기로 했다.
그런데 3년 뒤 남편이 뜬금없이 연락해 "암에 걸렸다. 아내로서 부양책임을 다해달라"고 요구했다.
A씨는 "그 얘기를 듣는 순간 이혼할 결심이 섰다"며 "남편은 3년 전 나눠 가진 돈이 거의 남지 않았다면서 딸에게 증여한 땅도 재산분할에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어떻게 대응해야 하냐"고 물었다.
조윤용 변호사(법무법인 신세계로)는 "졸혼은 부부가 합의해 별거하는 것으로, 혼인 관계에 대한 법적 효력을 발생시키는 제도가 아니다"라며 "졸혼했더라도 법적으로는 부부 관계다. 그러므로 최소한의 부부간 상호 부양 의무는 부담해야 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A씨가 남편과 3년째 별거 중이더라도 여전히 법적 부부인 만큼, 남편이 암에 걸려 생활고를 겪고 있다면 일정 부분 부양 의무를 부담해야 할 수 있다"며 "재산 정리에 대해서도 졸혼하면서 합의한 것은 법적 효력이 없다. 다만 재산 정리에 대해 정한 내용이나 실제 이행된 내역 등은 이혼 및 재산분할 소송에서 중요한 자료"라고 설명했다.
조 변호사는 "A씨가 딸에게 증여한 토지는 재산분할 대상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크다"며 "A씨가 부모님으로부터 상속받아 보유하다가 남편과 합의해 별거 시작 당시 증여했기 때문"이라고 판단했다.
A씨 남편의 강제적인 성관계에 대해서는 "부부간 성관계는 상호 동의를 받고 이뤄져야 한다"며 "형사처벌과 이혼 시 위자료 청구가 가능하지만, 공소시효와 입증 문제로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류원혜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