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 다리가 끊어졌대. 무슨 일이야. 사람들 많이 다쳤겠다."

30년 전 1994년 10월 21일 오전 7시40분쯤 세 남매를 둔 A씨(여)는 직장에서 성수대교 붕괴 소식을 접하고 동료들과 함께 얘기하고 있었다. 그때 학교에서 전화 한 통이 걸려 왔다. 무학여고에 다니던 열일곱살 첫째 딸이 성수대교에서 사고를 당했다는 전화였다.

A씨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30년의 세월이 흘렀지만 그날의 슬픔은 지금도 생생하다. 30년이 지나도 잊히지 않고 어제가 오늘 같다는 게 A씨의 말이다. 그는 매년 성수대교 붕괴 사고 합동위령제에 참석한다.

지난 21일 서울 성동구 도로 한복판에 세워진 성수대교 희생자 위령비 앞에서 성수대교 붕괴하고 30주기 합동위령제가 진행됐다. 유족과 성동구청·성동구의회 관계자, 무학여고 학생들 등 약 40명이 참석했다. 유족들은 서로 손을 꼭 붙잡으며 안부를 물었다.

묵념으로 시작된 합동위령제에서는 희생자 32명의 이름이 한 명 한 명씩 불렸다. 이름이 불리자 유족들은 눈물을 쏟았다. 헌화와 분향이 이어졌고 무학여고 학생회장이 추모 시를 낭독했다. 당시 사고로 무학여고 학생 8명이 희생됐다.

참석자들은 같은 참사가 반복되지 않도록 안전한 사회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형을 잃은 김모씨는 "당시 성수대교가 세워진 뒤 한 번도 교량을 유지·보수하지 않은 상태였고 붕괴 조짐이 있다는 제보에도 정부는 맥없이 지켜보기만 했다"며 "이 같은 비극적 참사가 일어나지 않길 간절히 바란다"고 했다.

정원오 성동구청장은 "사죄의 마음으로 더 안전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아직도 갈 길이 먼 것 같다"며 "고인들의 명복을 빌고 유족들의 마음을 위로하는 유일한 길은 사고 없는 안전한 사회를 만드는 것"이라고 했다.

양성희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