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법원, 부동산공룡 헝다 결국 ‘청산명령’…中 경제 파장 촉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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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정목희 기자] 천문학적 부실을 지적받아 온 중국 부동산 개발기업 헝다(恒大·에버그란데)에 대해 홍콩 고등법원이 청산 결정을 내렸다. 중국 정부가 추진 중인 부동산 구조조정이 속도를 더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시장 개편이 연착륙,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로이터 통신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에 따르면 29일 홍콩 고등법원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빚을 진 부동산 개발업체 헝다를 청산해 달라는 채권자 청원을 승인했다.
헝다의 총부채는 약 443조원(2조3900억위안) 수준에 이른다.
린다 찬 판사는 “실행 가능한 구조조정 계획을 제시하는 부분에서 진전이 명백히 부족한 점을 고려해 청산 명령을 내리는 것이 적절하다고 생각하며 그렇게 명령한다”고 밝혔다.
법원 청산 명령 직후 홍콩 증시에서 헝다 그룹 주식은 거래가 중단됐다.
홍콩 법원은 이어 이날 오후 헝다의 임시 청산인으로 글로벌 경영컨설팅 업체인 알바레즈앤마살(A&M)을 지명했다.
임시 청산인은 헝다 경영권을 인수하고 부채 구조조정 협상과 자산 통제 등의 문제를 처리하게 된다. 채권자들은 임시 청산인에게 헝다에 대한 채권 증명서를 제출해야 한다.
이번 소송은 2022년 6월 톱샤인글로벌이 헝다에 투자한 8억6250만홍콩달러(약 1475억원)를 회수하기 위해 제기했다. 이후 다른 채권자들도 소송에 가세했다.
헝다는 그간 채권자와 당국에 대한 설득 작업을 벌이면서 청산 심리를 7차례 연장하며 시간을 벌어왔다.
그러나 찬 판사는 “(청산 소송) 심리가 1년 반 동안 이어졌지만, 헝다는 여전히 구체적인 구조조정 제안을 내놓지 못했다”며 “법원이 이만하면 충분하다고 말할 때가 왔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샤오언 헝다그룹 집행총재(최고경영자)는 이날 홍콩 법원 결정이 나온 뒤 발표한 입장에서 “앞으로 그룹은 어려움과 문제에 맞서 모든 합법적 조처를 하고, 국내외 채권자의 합법적 권익을 보장한다는 것을 전제로 그룹 업무의 정상적인 경영을 점진적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로펌 애셔스트 LLP의 랜스 장은 “시장은 임시 청산인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주시할 것”이라며 “특히 2021년 중국-홍콩 간 체결한 국경 간 파산 사건 관련 협정에 따라 중국 내 3개 지정 법원(상하이·선전·샤먼) 중 어느 한 곳으로부터라도 인정받을 수 있을지 지켜볼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청산인이 중국 법원에서 그러한 인정을 받지 못하면 중국 역내 자산에 대한 집행 권한이 매우 제한적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AP 통신은 “해당 청산 명령이 중국 본토에서 헝다의 방대한 사업에 어떻게 영향을 미칠지는 불분명하다”며 “홍콩은 갈수록 공산당이 지배하는 중국의 영향을 많이 받고 있지만 (중국과) 독립된 법 체계 아래 움직인다. 분석가들은 헝다 사례가 일종의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말한다”고 전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헝다가 중국 부동산 위기에서 이정표가 되는 청산으로 향한다”면서도 “법원 명령에도 청산인은 헝다를 다루는 데 있어 까다로운 과정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헝다의 대부분 프로젝트는 중국 법인이 운영하고 있어 역외 청산인이 압류하기가 어려울 수 있다”며 “작년 9월 헝다 쉬자인 회장이 경찰의 통제 아래 놓이면서 관련 절차가 복잡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중국 정관신문은 홍콩 법원의 이날 청산 명령은 헝다그룹 전체가 아니라 그룹의 홍콩상장 주요 법인 중 하나인 중국헝다(中國恒大)에만 적용되는 조치라는 점에서 그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란 전망도 만만치 않다고 보도했다.
헝다는 2021년 말 역외 채권 채무불이행(디폴트)을 시작으로 주택건설 중단, 하도급업체 공사대금 미지급 등으로 중국 부동산 위기의 중심에 서 있다.
헝다를 시작으로 다른 중국 부동산 개발업체들도 연쇄 디폴트를 선언하면서 중국 경제의 약 25%를 차지하는 부동산 시장은 침체의 늪에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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