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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억 넘던 아파트가 3억 '반토막'…"급매도 안 나간다" 비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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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노원구의 한 아파트에 예비 안전진단 통과 현수막이 걸려 있다. 사진=뉴스1정부가 노후 아파트의 재건축 촉진을 골자로 하는 1·10 대책을 내놨지만, 정작 수혜가 예상되는 노원구는 시장의 외면을 받고 있다. 공급 규제를 완화했지만 수요의 불씨는 살리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17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서울 노원구 하계동 '한신' 전용 35㎡는 이달 들어 3억5000만원(2층)에 거래됐다. 직전 거래인 지난해 10월의 4억원(7층)에 비해 5000만원 빠졌다. 그나마도 최근 호가는 3억원 아래로 내려가는 모양새다. 겨울을 나는 동안에만 집값의 4분의 1이 사라진 셈이다.

상계동 '상계보람' 전용 44㎡도 이달 3억5500만원(6층)에 거래되며 직전 거래인 지난해 12월 3억9500만원(13층)에 비해 4000만원 하락했다. 집값 상승기인 2021년, 6억원을 넘었던 가격과 비교하면 40% 넘게 내려갔다.

노원구는 서울 25개 자치구 가운데 노후 아파트가 가장 많은 곳이다. 부동산 R114 조사에 따르면 노원구에서만 9만6000가구가 준공 30년을 넘겼다. 비율로 따지면 전체의 59%에 해당한다. 때문에 노원구에서는 여러 아파트 단지가 재건축을 추진하고 있다.
노원구청에 따르면 지난해 9월 기준 관내 43개 아파트 단지가 재건축을 추진하고 있으며 27개 단지가 안전진단을 준비 중이다. 5개 단지는 이미 안전진단이 진행되고 있다.

이미 재건축을 추진하는 상황에서 재건축 규제를 완화하는 정책까지 발표되자 일각에서는 노원에 재건축 훈풍이 불 것이라는 기대도 나왔다. 재건축 속도가 탄력을 받고, 집값도 반등할 것이라는 기대였다. 여기에 맞물려 기준금리 인상 종료가 공식화되면서 일부 집주인들은 호가를 올리는 모습도 보였다.

정책 발표 일주일이 지났지만, 일선 중개사들은 노원 아파트가 시장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고 토로한다. 하계동의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시세보다 수천만원 낮춘 급매물도 보러 오는 사람이 없다"며 "집주인들도 가격을 크게 낮추지 않으니 거래로 이어지는 경우도 매우 드물다"고 말했다.
0004937660_002_20240117085301067.jpg?type=w647서울시 노원구 아파트 전경. 사진=뉴스1중계동의 중개업소 관계자도 "매수 문의가 오더라도 최저가 수준이 아니면 사지 않겠다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실수요자들도 재건축을 반기거나 기대하는 이들은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집값에 분담금까지 낼 여력이 되는 실수요자가 얼마나 있겠느냐"고 덧붙였다.

일선 중개업소들은 경기 침체 영향에 투자 수요가 모습을 감추면서 노원구 수요가 실수요자 위주로 재편된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실수요자들도 경기 침체의 영향에서 자유롭지 않고, 일반형 특례보금자리론마저 종료되며 구매력이 줄었다는 설명이다.

구매력이 낮은 수요자에게는 재건축 가능성도 부담스럽기만 하다. 비싼 집값에 이어 막대한 분담금도 내야 하기 때문이다. 최근 상계동 '상계주공5단지'는 최근 재건축 사업에 제동이 걸렸다. 전용 31㎡를 보유한 조합원이 전용 84㎡를 받으려면 추가 분담금이 5억원대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 탓이다.

현재 서울 도심의 재건축 공사비는 3.3㎡당 800만원을 넘어섰다. 지난해 말 시공사를 선정한 영등포구 여의도동 '공작아파트'는 3.3㎡당 공사비를 1070만원으로 책정하며 공사비 1000만원 시대를 열었다. 용적률 150~200% 중층 아파트가 재건축을 한다면 억대 분담금을 감당해야만 하는 것이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당분간 서민 주거지의 거래 침체가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봤다. 심형석 우대빵연구소장은 "경기 침체로 투자 수요가 웅크러든 상황에서 '노도강(노원·도봉·강북)' 지역을 노리는 실수요자라고 현금 여력이 있겠느냐"며 "한 푼이라도 더 저렴하게 사려는 것이 당연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런 지역들은 집주인도 서민이라 집값을 내리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며 "매수자 부담을 줄여 수요를 늘리는 정책이 동반되어야 수급 불균형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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