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韓처럼 민주주의 가능" 나발니 '옥중서신' 재조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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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대만이 독재 국가에서 민주주의 국가로 전환한 것처럼, 러시아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지난 16일(현지시간) 갑작스러운 사망 소식이 전해진 러시아 반체제 운동가 알렉세이 나발니가 러시아도 한국처럼 독재를 탈피해 실질적인 민주주의 국가로 나아갈 수 있다며 희망 섞인 편지를 썼던 것으로 전해졌다.
19일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나발니는 생애 마지막 몇 달간 주고받은 옥중 서신을 통해 잔혹한 교도소 환경에 굴하지 않는 강인한 정신력을 보여줬다.
지인에게 보낸 서신에서 그는 감옥 생활에 대한 힘겨움을 토로했지만 유머를 잃지 않았고, 러시아의 미래를 낙관하는 희망적인 메시지도 잊지 않았다. NYT에 따르면 나발니는 최근 1년여의 옥중 생활 동안 영어로 쓰인 책 44권을 읽고 미래를 준비했으며, 정치적 의견과 주요 의제를 가다듬고 측근을 통해 사회관계망서비스에 게시할 메시지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그는 옥중 서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다시 당선될 것 같다"고 전망하며 "정말 무섭다"고 표현하기도 했다.
나발니는 1968년 암살된 미국 정치인 로버트 케네디의 딸 케리 케네디와도 편지를 주고받았다. 그는 "로버트 케네디의 연설에 담긴 '희망의 물결(ripple of hope)'이란 문구를 언젠가 사무실 벽에 걸 수 있길 바란다"고 썼다.
나발니는 지난해 9월 미디어 사업가 일리야 크라실시치크에게 쓴 글에서 "한국과 대만이 독재 국가에서 민주주의 국가로 전환할 수 있었다면, 러시아도 그렇게 할 수 있을 것"이라며 "나는 이를 희망하고, 그것에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적기도 했다.
나발니의 사망 원인은 물론 시신조차 확인되지 않은 가운데 아내인 율리야 나발나야가 적극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날 영국 더타임스에 따르면 나발나야는 "블라디미르 푸틴이 3년간 고문 끝에 나발니를 죽였다"면서 "나발니는 부서질 수 없었고, 그것이 푸틴이 그를 죽인 이유"라고 분노했다. 나발나야는 "그들은 지금도 시신을 숨기고, 그의 어머니에게도 보여주지 않은 채 거짓말을 하고 있다"며 "'노비촉'의 흔적이 사라지기를 기다리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노비촉은 러시아어로 '새로운 자'라는 뜻으로, 1970년대 러시아에서 군사용으로 개발된 생화학무기 이름이다.
국제사회는 러시아 정부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 대한 제재 카드를 꺼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날 워싱턴DC에서 취재진을 만나 "우리는 이미 (러시아를) 제재하고 있지만 추가 제재를 고려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진영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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