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가 스마트 플랫폼 기업을 인수하면서 'AI홈' 시대를 열어가겠다는 포부를 드러냈다. 이번 인수·합병(M&A)으로 확보한 개방형 스마트홈 생태계에 LG전자의 AI 가전과 생성형 AI를 결합해 AI홈 시대를 열고 이를 다양한 영역으로 확장한다는 계획이다.

LG전자는 최근 네덜란드 엔스헤데에 본사를 둔 스마트홈 플랫폼 기업 '앳홈' 지분 80%를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3일 밝혔다. 향후 3년 안으로 나머지 20%를 인수하는 조건이다.

2014년 설립된 앳홈은 가전과 사물인터넷(IoT) 기기를 연결하는 스마트홈 허브 '호미'를 보유하고 있다. 10년간 유럽을 중심으로 성장했고 호주, 싱가포르에 이어 지난해 미국과 캐나다로 영역을 넓혔다.

앳홈은 자체 개발한 허브와 운영체제(OS)를 바탕으로 독자적인 스마트홈 생태계를 조성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대표 제품인 호미 프로는 5만여 종의 기기 연결이 가능하고 와이파이, 블루투스, 지웨이브, 매터, 스레드 등 다양한 연결 방식을 지원한다. 앳홈이 운영하는 호미 앱스토어에는 필립스, 이케아 등 전 세계 다양한 브랜드의 제품을 연결·제어하는 애플리케이션이 1000여 개 등록돼 있다.

앳홈 인수는 AI홈 사업의 초석으로 꼽힌다. LG전자는 앳홈의 연결성과 LG 씽큐(LG ThinQ) 플랫폼에 적용 예정인 생성형 AI를 활용해 고객을 이해하고 최적의 공간 솔루션을 제공하는 AI홈을 실현할 방침이다.

AI홈에서는 에어컨, TV, 냉장고, 정수기, 스마트커튼, 스마트조명 등 다양한 가전과 IoT 기기가 네트워크로 연결된다. 이를테면 사용자가 휴대전화나 호미 프로 같은 장치를 이용해 "지금 나갔다가 오후 6시에 돌아오겠다"고 알리면 사용자의 생활패턴을 수집·학습하던 챗GPT와 같은 생성형 AI가 스스로 판단해 집 안 환기나 청소 등을 해놓는 것이 가능하다. 냉장고에 있는 재료를 파악한 뒤 사용자에게 레시피를 제안할 수도 있다.

앳홈 인수로 타사 기기와 서비스까지 통합할 수 있어 더 많은 고객 사용 데이터를 확보하고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도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으로 LG전자는 기대하고 있다.

앳홈 인수 후에도 앳홈의 운영체제와 브랜드는 독립적으로 유지한다. 사업과 연구개발 역량이나 플랫폼 관점에서 시너지를 도모하고 앳홈의 성장동력과 고유의 강점을 극대화하기 위함이다.

LG전자는 오는 9월 독일 베를린에서 열리는 유럽 최대 가전 전시회인 국제가전박람회(IFA)에서 AI홈이 구현되는 모습을 선보일 계획이다. 사용자가 아침에 일어나서 밤에 잠들 때까지 AI홈이 활용되는 24개의 장면(사례)을 모아 시연할 예정이다.

시장조사기관 테크나비오에 따르면 글로벌 스마트홈 시장은 2023년 812억800만달러(약 113조원)에서 2028년 2602억3500만달러(약 362조원)로 연평균 26.2% 성장할 전망이다.

LG전자는 사업 포트폴리오 고도화를 위한 투자도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 2018년에는 차량용 조명 업체 ZKW를 인수했고 2021년에는 웹OS 콘텐츠·서비스 사업의 핵심인 LG애즈 솔루션을 제공하는 미국 광고·데이터 분석업체 알폰소를 인수한 데 이어 차량 사이버 보안 기업 사이벨럼도 품었다. 이번 M&A는 2022년 전기차 충전 업체 애플망고를 인수한 후 2년 만이다.

이번 인수는 조주완 최고경영자(CEO·사진)가 지난해 7월 밝힌 '미래비전 2030'의 후속 조치 중 하나다. 미래비전 2030은 2030년까지 하드웨어(가전제품) 중심 기업에서 라이프 솔루션 소프트웨어 기업으로 체질을 바꾸고 '트리플7(연평균 성장률·영업이익률 7%, 기업가치 7배 이상)'을 달성한다는 LG전자의 비전이다.

조 CEO는 "LG전자는 고객의 삶이 있는 다양한 공간에서 경험을 연결하고 확장하는 인텔리전트 스페이스 솔루션 기업으로 진화하고 있다"면서 "웹OS 광고 플랫폼, AI홈과 같은 플랫폼 기반의 가전 서비스·솔루션에 잇달아 진출하는 등 사업 패러다임을 전환하기 위한 전략적 투자를 계속 실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승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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