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경제] 완충 전기차 지하주차장 막는다지만 …"화재예방 효과 의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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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배터리 화재 예방을 위한 정부의 다양한 대책이 근본적인 해결에 나서지 못할 경우 자칫 '전기차 포비아(공포)'만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보여주기 위한 단기 미봉책들이 되레 전기차 위험성을 과장할 수 있어서다.
정부가 화재 예방 기능을 탑재한 전기차 완속충전기 설치에 대한 보조금 예산 확대를 추진하고 있지만 실효성이 논란이다. 새로 설치되는 충전기만 지원 대상에 들어가고 기존에 구축된 충전기는 화재 예방 기능을 추가해도 지원받지 못할 수 있어서다. 13일 정부 관계자는 "구체적인 지원 내용은 논의 중이지만 내년부터 신규 설치하는 화재 예방형 완속충전기가 지원 대상이 될 확률이 높다"고 말했다.
90% 이하로 충전된 전기차만 공동주택 지하주차장에 진입할 수 있도록 한 서울시 대응에 관한 의견도 분분하다. 실제 효과가 있을 것이란 목소리도 있지만 과학적인 근거가 부족하다는 지적도 많다. 최근 화재의 주요 원인으로 중국산 배터리가 지목된 데 따라 중국산의 위험성이 특히 크다는 우려와 관련해서도 전문가들 의견이 갈리는 모습이다. 완속충전기가 화재 예방 기능을 갖추려면 전력선통신(PLC) 모뎀을 장착해야 한다. PLC 모뎀은 주로 급속충전기에 적용되는 장치인데, 완속충전기에 붙이면 과충전 위험을 크게 낮출 수 있다.
정부는 올해 화재 예방 기능이 없는 일반형 충전기 설치에 740억원을 지원하고 있는데 내년에는 전액 삭감할 예정이다. 대신에 화재 예방형 충전기 설치 때 지원 예산을 올해 800억원에서 내년엔 1500억원 이상을 늘릴 계획이다.
문제는 현재 30만대가 넘는 전기차 완속충전기는 대부분 PLC 모뎀을 갖추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전국에 설치된 전기차 충전기 36만8056대 중 88.4%가 화재 예방 기능이 없다. 보조금 개편을 포함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현재까지 내놓은 대책은 기존 물량이 아닌 향후 설치될 신규 물량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과연 완충·과충전을 하지 않으면 화재 위험성이 떨어지느냐도 논란이다. 과충전과 발화 간 연관성이 아직 정확히 밝혀지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전기차 지하주차장 출입제한 조치가 과하다는 지적도 있다. 선양국 한양대 에너지공학과 교수는 "배터리 충전상태(SoC)가 낮으면 낮을수록 안전성은 있다"면서도 "출입을 제한하는 것에 대한 효과가 얼마인가는 과학적으로 밝혀진 바가 없다"고 꼬집었다.
실제로 현대차·기아에 따르면 지금까지 전기차 사업을 시작한 이래로 과충전 때문에 발생한 화재는 한 건도 없었다. 배터리의 두뇌 격인 배터리관리시스템(BMS)으로 실시간 모니터링하면서 작동이 정상 범위를 넘어서면 즉시 전류를 차단해서다. 과충전을 예방하는 기술도 보편화돼 있다.
사용자가 화면으로 확인하는 배터리 잔량이 100%라도 실제로는 탑재된 배터리의 96~97%까지만 충전해 약 10%의 안전마진을 두고 있다는 것이 업계 설명이다.
중국산 배터리에 대한 과도한 경계심에 대해서도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이번 인천 사고 당시 화재가 발생한 배터리가 세계 10위권의 중국산 파라시스 제품이었다는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며 '중국산 배터리는 위험하다'는 인식이 무분별하게 퍼지고 있어서다.
이미 중국은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글로벌 1·2위를 차지하며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현대차·기아도 일부 전기차에 한해 중국산 배터리를 쓰고 있다. 테슬라도 중국산 배터리를 상당 부분 채용하고 있다.
이번 화재가 시동이 꺼져 있는 주차된 전기차에서 발생했다는 점도 전기차 포비아 확산에 크게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통계에 따르면 주차 중인 전기차에서 화재가 발생하는 것이 그리 드문 일은 아니다. 소방청에 따르면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간 국내에서 발생한 전기차 화재는 총 139건이었는데, 이 중 48%(67건)는 주차 중(36건)이거나 충전 중(26건), 정차 중(5건)에 발생했다.
이번에 삼원계(NCM)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에서 대형 화재가 발생한 만큼 상대적으로 안전하다고 알려진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주목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일반적으로 LFP 배터리는 NCM 배터리에 비해 에너지 밀도가 낮아 열 안정성이 우수하고 열폭주 현상의 발생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LFP 배터리 역시 배터리관리시스템 오류에 의한 화재 발생은 피해갈 수 없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2020년 중국 시안에서는 LFP 배터리를 탑재한 BYD의 전기버스에서 화재가 발생한 바 있는데 당시 화재 역시 배터리에서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희조 기자 / 박소라 기자 / 고재원 기자 / 정상봉 기자]
이희조 기자([email protected]), 박소라 기자([email protected]), 고재원 기자([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