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중앙] "민주주의가 사상누각 안 되려면..." 김대중 육성 회고록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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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이 직접 독재에 맞서 싸우고 저항해서 민주주의를 쟁취해야만 제대로 된 민주주의가 될 수 있어요. 그렇지 않으면 사상누각이 됩니다. 민주화는 암살과 같은 방식으로 이뤄질 수가 없어요."
『김대중 육성 회고록』(한길사)에 담긴 김대중(1924~2009) 전 대통령의 말이다. 올해는 그의 탄생 100주년. 오는 18일은 서거 15주기다. 때맞춰 나온 이 회고록은 2006년 7월부터 이듬해 10월까지 연세대 김대중도서관 연구진과 41회에 걸쳐 진행한 42시간 25분 분량의 구술 인터뷰가 바탕이다. 이 구술 인터뷰의 주요 내용은 지난해 4월부터 7개월에 걸쳐 중앙일보의 프리미엄 디지털 구독 서비스인 더중앙플러스에 28회로 독점 연재된 바 있다.
780여 쪽 분량으로 출간된『김대중 육성 회고록』은 하의도에서 나고 자란 어린 시절, 목포에서 보낸 학창시절과 해운회사·신문사를 경영한 청년 시절, 사업 대금을 받으러 서울에 갔다가 한국전쟁 발발을 겪은 것을 비롯해 그의 생각과 신념이 형성된 과정과 평생의 발자취가 모두 담겨 있다. 투옥과 망명, 납치와 사형선고, 장기간의 가택연금 등 민주화의 여정에서 겪은 지독한 고난과 대통령 당선 이후 IMF 외환위기 극복, 분단 이후 사상 첫 남북정상회담과 6·15 공동선언, 노벨상 수상 등은 고스란히 한국 현대사다. 생전에 출간된 기존의 자서전과 달리 이 회고록은 모든 내용을 김 전 대통령의 구술 답변이자 구어체로 실었다. '연대와 통합'의 정치철학을 비롯해 그의 말이 생생하게 전해진다.
"폭력을 쓰면 그 순간은 굉장히 강한 투쟁을 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독재정권을 무너뜨리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그런 투쟁은 사람들의 폭넓은 동의를 얻을 수 없기 때문에 오래가지 못하고 성공할 수 없어요. 비폭력투쟁을 해야만 사람들의 동의를 꾸준히 넓힐 수 있고 이것이 독재 권력을 이겨낼 때 비로소 민주화의 길이 열리는 것입니다."
김 전 대통령은 매번 연구진의 서면 질문지를 일주일 전에 미리 받아서 촘촘히 기억을 되살려 구술 인터뷰를 진행했다고 한다. 책에는 60여장의 사진이 함께 실렸다. 1990년대 초 영국 유학 시절 이웃에 살았던 스티븐 호킹 박사와 함께한 모습 등 기존에 공개되지 않았던 사진 10여점을 포함해서다.
수많은 책을 읽은 독서가로, 다방면에 쌓은 깊이 있는 식견으로도 널리 알려진 그는 회고록에서 "특정 분야에서 최고 전문가가 되지는 못하더라도 전문가와 소통할 수 있는 수준의 지식을 갖추"는 것을 정치 지도자의 자질로 꼽았다. 유명한 '서생적 문제의식'와 '상인적 현실감각'의 강조도 나온다. "정치인은 최선이 아니면 차선을 선택해야 합니다. 심지어 최악을 막기 위해서 차악을 선택해야 하는 경우도 있어요. 정치인은 현실 속에서 미래를 향한 진리를 구해야지 진리만 붙들고 현실을 도외시하면 안 됩니다. 내가 항상 서생적 문제의식과 상인적 현실감각을 함께 가져야 한다고 강조하는 이유가 바로 그겁니다."
오늘날의 정치와 정치인이 귀 기울일 대목도 여럿 눈에 띈다. "나는 원칙을 중요시했고 원칙을 포기하면서 정치한 적이 없습니다. 그러나 문제를 풀어가고 실천하는 과정에서는 유연하면서도 균형감을 갖고 전략적으로 했습니다. 정치의 세계에서는 수학공식처럼 정형화된 해법이 존재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전략적 유연성은 정치인이 갖춰야 할 덕목입니다. 원칙을 지키면서 전략적 유연성을 함께 갖추는 것이 쉽지 않지만 훌륭한 정치인이 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합니다."
중앙일보의 프리미엄 구독 서비스 ‘더중앙플러스(https://www.joongang.co.kr/plus)’는 지난해 4월 24일부터 10월 19일까지 총 28회에 걸쳐 ‘김대중 육성 회고록’ (https://www.joongang.co.kr/plus/series/158)을 연재했습니다.
42시간이 넘는 연세대 김대중도서관 연구진의 구술 인터뷰 동영상을 주제별로 정리하고 중요 증언들을 다양한 자료 영상과 함께 보기 쉽게 편집해 함께 실었습니다.
당시 여든을 넘긴 김대중 전 대통령은 공개적 인터뷰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정장을 반듯하게 차려입고 자신이 겪은 격동의 세월을 생생하게 증언했습니다.
더중플에서 DJ 생전의 모습과 육성을 확인해 보시죠. 연재된 주요 기사를 추천해 드립니다.
이후남([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