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레이(X-ray) 방식의 골밀도측정기를 한의사도 사용할 수 있다는 법원 2심 판결이 나왔다. 

앞서 2022년 초음파 진단기기를 사용한 진단행위에 대해 법원이 한의사 손을 들어준 데 이어 같은 맥락의 판결이 나온 것이다. 대한한의사협회는 ‘환영’ 입장을, 대한의사협회는 ‘유감’을 표명하며 희비가 교차하는 모습을 보였다.

17일 의료계에 따르면 수원지방법원은 엑스레이 방식의 골밀도측정기를 환자 진료에 사용했다는 이유로 약식명령(의료법 위반, 벌금 200만원)을 받은 한의사에 대해 1심 판결과 같은 ‘무죄’를 선고했다.

지난 1심(2023년 9월)에서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선고를 참조해 ‘해당 한의사가 X-ray 방식의 골밀도측정기를 활용한 것이 한의학적 원리에 부합하지 않거나 통상적인 수준을 넘어서는 보건위생상 위해 발생 우려가 있다고 볼 수 없다’는 취지로 한의사 손을 들어줬었다. 이번에도 같은 취지의 판결이 나온 것이다.

당시 대법원 판결은 초음파 진단기기 사용이 한의사의 면허 사항에 해당하는지가 핵심 쟁점이었다. 의료법 제27조에는 ‘의료인도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를 할 수 없다’고 규정돼 있다. 의료공학 발전에 따라 새로 개발된 의료기기를 사용하는 것이 한의사의 면허 사항에 부합하는지가 관건이었다.

대법원은 한의사가 안전성이 담보된 초음파 진단기기를 사용하는 것은 한의학의 독자적인 발전역량을 강화하고, 소비자의 선택권 보장 등을 판결 이유로 들었다. 다만, 해당 판결이 한의사가 모든 현대적 의료기기 사용을 허용하는 취지는 아니라고 했다. 당시 1·2심에서는 해당 한의사가 2년간 68회 초음파 검사를 하고도 암 진단을 놓쳐 유죄 판결을 받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한의사협회는 “의료법상 자격을 갖춘 한의사가 의료기기를 자유롭게 활용해 진료할 수 있도록 법과 제도 역시 변화해야 한다”고 반겼다.

반면 의사협회는 “한의사가 인체 해부학적 지식과 과학을 근간으로 발전한 현대의학 및 방사선 의료기기에 대한 전문식견이 충분하지 않다”고 지적한다. 의협은 “이번 판결은 한의사의 초음파기기 사용을 허용한 지난 대법원 판결에 이어 잘못된 판결을 그대로 답습했다”고 날을 세웠다.

그러면서 “(2022년) 당시 사건 피해자는 한의사에게 초음파 진단을 받았으나 암 발병을 제때 진단하지 못해 치료 시기를 놓치게 되는 치명적인 피해를 봤다”며 “진단 보완 목적이라고 하더라도 전문지식이 없는 한의사로 인해 해당 환자는 자궁내막암을 놓쳐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는 점을 간과한 것”이라고 지난 대법원 판결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박병탁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