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의 음성 받아쓰기 기능에서 ‘인종차별주의자(racist)’라는 단어를 말하면 ‘트럼프(Trump)’로 변환되는 오류가 발생해 논란이 일고 있다.

25일(현지 시각) NBC뉴스, 뉴욕타임스 등에 따르면, 일부 아이폰 사용자들은 받아쓰기 기능에서 ‘인종차별주의자’라는 단어를 말하면 일시적으로 ‘트럼프’로 변환된 후 다시 원래 단어로 바뀌는 현상을 경험했다.

이 오류는 틱톡을 통해 빠르게 확산했으며, 한 이용자는 "이건 미쳤다. '인종차별주의자'라고 말하면 '트럼프'가 튀어나온다"는 영상을 올렸고, 수십만 개의 ‘좋아요’를 받으며 화제가 됐다.

애플 대변인은 이날 성명을 통해 ‘받아쓰기(Dictation) 기능을 구동하는 음성 인식 모델에 문제가 발생한 것을 확인했으며, 수정 사항을 곧 배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한, "음성 인식 모델이 사용자가 말하려는 단어를 정확히 찾을 때까지 유사한 단어를 임시로 표시할 수 있다"며 "이번 오류는 ‘r’ 자음을 포함한 일부 단어에서 ‘트럼프’를 잘못 제안한 사례”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만연한(rampant)’이나 '난동(rampage)’ 등의 단어를 말할 때도 유사한 오류가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이번 현상이 단순한 기술적 오류가 아닐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애플의 음성 비서 시리 팀 출신이자 인공지능(AI) 스타트업 원더러시.AI 창립자 존 버키는 "이 문제는 최근 애플 서버 업데이트 이후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며 “소프트웨어 코드 어딘가에서 특정 단어 입력 시 '트럼프'로 변환되도록 설정돼 있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누군가 데이터를 조작하거나, 코드에 오류를 몰래 심어놓았을 수도 있다"며 “심각한 장난(serious prank)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오류는 애플이 향후 4년간 미국에 5,000억 달러를 투자하겠다고 발표한 다음 날 발생했다. 해당 투자 계획에는 미국 50개 주에 걸친 수천 개 공급업체와의 협력, 직접 고용 창출, 데이터 센터 및 기업 시설 확장 그리고 20개 주에서 진행하는 애플TV 제작 등이 포함된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21일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만난 뒤 지난 24일 휴스턴에 25만㎡ 규모의 AI 데이터 서버 공장을 구축하겠다고 발표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이번 오류가 애플 주주들이 DEI(다양성, 형평성, 포용성) 정책 유지를 결정한 날 발생한 점을 주목했다. 애플 주주들은 DEI 프로그램을 철회하려는 보수 단체의 제안을 거부했으며, 팀 쿡은 25일 주주들에게 “법적 환경에 따라 일부 변화가 필요할 수 있지만, 애플은 DEI 정책을 고수하기로 결심했다”고 발표했다.

이에 대해 파이낸셜타임스는 “애플은 보수적 압력에 굴복하지 않고 빅테크 기업 중에서도 드물게 저항적인 태도를 보였다”고 평가했다.

김민주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