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검·경·공수처 계속되는 ‘핑퐁’…법 해석만 난무한다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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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윤호 기자] 윤석열 대통령을 비롯한 12·3 비상계엄 사태의 수사권을 둘러싼 검찰과 경찰, 공수처간 ‘갈등’이 점입가경으로 치닫고 있다. 본질적인 수사권 자격 논란은 물론, 체포영장 집행의 적정성까지 치열한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검경 수사권 조정과 공수처의 태생적 한계가 겹치면서 타 수사기관과의 업무구분이 명확치 않아 벌어지고 있는 현상으로 해석된다. 이같은 모호성이 수사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지적이다.
최초의 논란은 수사주체였다. 내란 수사초기부터 윤 대통령의 혐의를 누가 수사하는지를 두고 세 기관은 정면으로 맞붙었다. 내란죄 수사권에 이론(異論)이 없는 경찰과 달리, 공수처는 공수처법 제2조 4호 ‘수사 과정에서 인지한 범죄와 직접 관련성이 있는 죄’를 근거로 직권남용에서 파생한 범죄로 내란을 다룰 수 있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한동훈 법무부장관 시절 검수원복(검찰수사권 원상복귀)을 위해 만든 시행령에서 직권남용 수사가 가능하다고 규정해 관련범죄로 내란죄도 수사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공수처와 검찰 모두 논란의 여지가 남는다. 이를 두고 지금도 정치권은 “윤 대통령 수사를 경찰이 가져와야 한다”고 주장한다.
일단 이같은 ‘윤 대통령 쟁탈전’은 공수처로 정리된 상황이다. 공수처법 24조 규정이 발판이 됐다. 이 조항은 ‘수사처의 범죄수사와 중복되는 다른 수사기관의 범죄수사에 대해 처장이 수사의 진행 정도 및 공정성 논란 등에 비춰 수사처에서 수사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해 이첩을 요청하는 경우, 해당 수사기관은 이에 응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렇지만 이 조항은 응하지 않을 경우 제재하는 규정은 없다. 결국 이로 인한 파열음의 과정을 거칠 수밖에 없었다. 이후 경찰은 공수처와 공조수사본부를 꾸리는 선에서 타협했으며, 검찰은 협의를 미루다가 ‘울며 겨자먹기’로 김용현 전 장관 등 ‘나머지 피의자(공식 공지에서 쓴 용어)’들에 대한 이첩 요청을 공수처가 철회한다는 조건하에 윤 대통령 사건을 넘겼다.
논란은 이후 윤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으로 번졌다. 경찰과 공수처의 집행 위임 갈등은 수사준칙과 배치되는 법조항이 발단이 됐다. 형사소송법 81조는 ‘구속(체포)영장은 검사의 지휘에 의해 사법경찰관이 집행한다’고 정한다. 그러나 수사준칙(대통령령)이 개정되면서 영장을 집행할 때 검찰이 경찰을 지휘할 수 있다는 부분이 빠졌고, 공수처가 보낸 공문에 ‘지휘’ 문구가 있는 한 직권남용 소지가 있어 2차 집행을 경찰이 주도하는 게 어렵다는 게 경찰 입장이었다.
이를 두고 법조계에서는 입법 구멍에서 비롯된 예견된 문제란 의견이 많다. 검경 수사권 조정시 준칙을 개정할 때 형소법은 개정하지 않아서 표출된 모순이라는 것이다.
체포영장 집행 과정서 강하게 저항하는 대통령 경호처에 대해 공수처는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에게 ‘체포영장 집행에 협조하도록 경호처를 지휘해달라’는 공문을 보냈는데, 정작 이를 거절할 근거가 공수처법에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공수처법 3조 3항은 ‘대통령, 대통령비서실의 공무원은 수사처의 사무에 관해 업무보고나 자료제출 요구, 지시, 의견제시, 협의, 그 밖에 직무수행에 관여하는 일체의 행위를 해서는 안된다’고 규정했다. 이에 대해 공수처는 “협조 공문은 공수처가 영장 집행과 관련해 권한이 있는 기관에게 협조를 요청한 것으로, 3조 3항의 위반 문제는 발생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향후 대통령에 대한 기소권한이 없는 공수처가 검찰에 사건을 이첩할 경우에도 문제가 발생할 여지가 있다. 검찰이 공수처에 보완 수사를 요구할 수 있는지에 대한 규정이 없기 때문이다. 앞서 ‘감사원 3급 간부 뇌물 사건’에서 검찰이 “보완 수사하라”며 공수처에 사건을 반송했지만, 공수처는 “검찰이 자체 보강 수사하라”며 접수를 거부한 바 있다. 결국 이 논란은 약 1년간의 신경전 끝에 검찰이 자체 수사하기로 결정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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