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구본혁 기자] “잠을 잘 못잔다. 너무 힘든데 예민한 상태다. 꾸준히 상담과 치료를 받는 중이다” (아이유)

영국의 정치가이자 작가 윈스턴 처칠, 초현실주의 화가 살바도르 달리, 축구 천재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이 인물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바로 이상수면을 고집했다는 것이다. 이상수면은 밤에 자는 잠과 동시에 낮에 짧을 잠을 자는 수면을 말한다. 그만큼 수면이 기억 뿐만 아니라 현명한 판단, 예술적 창조성, 신체의 운동기능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수면장애는 스트레스에 지친 현대인들의 가장 큰 고민거리 중 하나다. 아이유도 “20대부터 불면증에 시달리고 있다”며 고통을 호소했다.

이 같은 수면장애를 정복하기 위해 국내 최고의 과학자들이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그 주인공은 대한민국 최고 과학 상아탑 카이스트(KAIST) 뇌인지과학과 김대수 교수와 수리과학과 김재경 교수다.

수면은 뇌에서 독성물질을 배출하고 몸의 항상성을 회복하는 데 중요한데 불면증과 수면무호흡증과 같은 수면장애는 치매와 같은 난치성 뇌 질환을 일으키는 원인으로도 지목되고 있다.

세계적 뇌 과학자로 꼽히는 김대수 교수는 동물이 잠을 자는 동안에도 소리에 반응해 각성하는 원리를 규명하고 감각을 조절할 수 있는 디지털 헬스케어 개발에 도전장을 던졌다.

김대수 교수가 수면 관련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김대수 교수는 “수면은 건강 수명에 매우 중요한 뇌기능”이라며 “수면장애에 대한 뇌과학적 솔루션을 제공하고 숙면을 위한 헬스케어 장비 개발에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최적의 수면을 위해서는 침대·베개·이불 같은 기본 침구 뿐만 아니라 온도·공기·조명 등 환경 요건도 중요한데 소재, IT, 디자인 등 다양한 기술 접목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구글 등 첨단 IT 회사들이 수면 및 건강 용품 시장에 뛰어들고 있는 이유다.

김 교수는 특히 이브자리와 함께 인공지능 기반 수면 평가 및 측정기술, 거위털 등 동물성 침구소재를 대체할 수 있는 친환경 소재를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김재경 수리과학과 교수는 불안정한 일주기 리듬과 수면 원인을 규명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이를 통해 수면 질환 치료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는 것이 목표다.

김재경 KAIST 수리과학과 교수.[KAIST 제공]

김재경 교수는 “수면은 우리에게 너무 익숙하지만, 수면이 발생하는 메커니즘은 아직까지 명확히 규명되지 않았다”며 “복잡한 수면의 근본 원리를 규명하고, 수면 질환의 원인과 치료법을 밝히는 획기적 연구성과를 내는 것이 최종 목표”라고 말했다.

성인의 60%가량이 수면 질환을 앓고 있지만, 이와 관련해 전문 의료진에게 문의한 비율은 6% 수준에 불과하다. 병원 방문을 꺼리는 원인 중 하나로는 수면 질환 진단을 받기 위해 시행하는 수면다원검사가 번거롭다는 이유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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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경 교수 연구팀은 약 5000명의 수면다원검사 결과를 기계 학습을 통해 학습시켜 수면 질환 위험도를 3분만에 예측하는 ‘슬립스’를 개발했다. 슬립스에서 나이, 성별, 키, 체중, 최근 2주간의 수면 시 어려움, 수면 유지 어려움, 기상 시 어려움, 수면 패턴에 대한 만족도, 수면이 일상 기능에 미치는 영향 등 간단한 9개의 질문에 답하는 것만으로 만성불면증, 수면호흡장애, 수면호흡장애를 동반한 불면증의 위험도를 90%의 정확도로 예측할 수 있다.

그렇다면 잠을 잘 자기 위한 숙면 꿀팁은 무엇일까?

김 교수는 “수면 압력과 생체리듬만 알면 우리가 언제 잠을 자고 언제 일어나야 하는지 알 수 있지만 이걸 호르몬으로 측정하려면 매시간 피를 뽑아야하기 때문에 불가능하다”면서 “반면 스마트워치나 폰으로 측정한 과거 수면 데이터에 개발한 수리모델을 적용하면 수면 압력과 생체리듬을 추정할 수 있어 언제 자야 잠이 잘 오고 언제 깨야 자연스럽게 일어날 수 있는지 알 수 있다”고 말했다.

구본혁 [email protected]